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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카이사르가 쓰러진 고대 신전은 어떻게 고양이의 성역이 되었나"
description: "1929년 로마 한복판에서 드러난 기원전 4세기의 폐허.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신전 터가 수백 마리 길고양이의 안식처이자 도시의 공식 문화유산이 되기까지."
canonical: "https://borrowedcat.com/stories/torre-argentina/"
section: "WORLD"
published: "2026-08-24"
publisher: "BORROWED CAT"
language: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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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사르가 쓰러진 고대 신전은 어떻게 고양이의 성역이 되었나

1929년 로마 한복판에서 드러난 기원전 4세기의 폐허.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신전 터가 수백 마리 길고양이의 안식처이자 도시의 공식 문화유산이 되기까지.

## 지하 6미터로 내려앉은 공화정의 심장

로마 중심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거리와 아르헨티나 극장 사이에 자리 잡은 네모난 광장, 라르고 디 토레 아르헨티나(Largo di Torre Argentina). 지상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대 도로보다 4에서 6미터 깊게 파인 거대한 사각형 분지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 바닥에는 기원전 4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 사이에 지어진 공화정 시대의 신전 네 채가 나란히 누워 있다. 붉은 응회암 기단과 하얀 대리석 기둥이 불규칙하게 솟은 이 폐허는 고대 로마의 심장이었다. 서쪽 신전 뒤편은 기원전 44년 3월 15일, 독재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브루투스를 비롯한 공모자들의 칼에 찔려 쓰러진 폼페이우스 회랑(Curia di Pompeo)의 자리다.

1926년 베니토 무솔리니 정부가 파시스트 도시 재개발을 위해 중세 건물 철거를 시작했을 때, 땅속에서 이 신전 터가 쏟아져 나왔다. 1929년 4월 발굴이 끝나고 도로 레벨과 분리된 지하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거대한 석조 웅덩이가 로마 한복판에 열린 순간이었다.

![유적지의 고양이](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4/07.webp)
![유적지의 고양이](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4/09.webp)

## 카이사르의 피 위에 모여든 고양이들

유적이 지면 아래로 내려앉자마자 가장 먼저 그곳을 차지한 것은 고양이들이었다. 달리는 트램과 자동차, 분주한 행인들로 가득 찬 로마 거리에서 깊이 파인 고대 유적은 도심의 소음과 위험이 닿지 않는 천혜의 요새였다. 2천 년 된 돌기둥 틈새는 쥐를 잡고 햇볕을 쬐며 낮잠을 자기에 완벽한 지형이었다.

로마 시민들은 유적지로 모여든 고양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로마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여성을 뜻하는 고유한 단어인 **가타레**(gattare)가 있었다. 1929년 발굴 직후부터 가타레들은 난간 위에서 끈으로 묶은 양동이나 바구니에 고기와 생선을 담아 유적지 바닥으로 내려보냈다.

![가타레](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4/13.webp)
*유적의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가타레(gattare)*

인근 아르헨티나 극장에서 공연하던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여배우 안나 마냐니(Anna Magnani)도 대표적인 가타레였다. 마냐니는 리허설과 촬영 틈틈이 유적지 난간을 찾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었고, 1950년대 연극배우 안토니오 크라스트는 고고학자들의 도구 보관 창고였던 유적지 지하 터널의 열쇠를 건네받아 고양이들의 임시 대피소로 사용했다.

> 고대 로마 공화정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현장은, 반세기 만에 로마에서 가장 밀도 높은 길고양이들의 성역으로 변모했다.

## 유적 훼손인가 도시의 유산인가: 법과 고고학의 충돌

고양이의 수가 수백 마리로 불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중성화되지 않은 개체들은 빠르게 번식했고, 배설물과 음식물 찌꺼기로 인한 위생 문제와 유적 훼손을 우려한 고고학계의 반발이 거세졌다. 다공성 대리석과 고대 석회암이 산성 배설물로 부식될 수 있다는 지적은 정당한 보존학적 우려였다.

전환점은 법과 제도의 변화에서 왔다. 1991년 8월 14일, 이탈리아 의회는 국가 법률 제281호(Legge 281/1991)를 통과시켰다. 이 법은 길고양이의 강제 살처분을 전면 금지하고, 고양이 군집(colonie feline)이 자신들이 자리 잡은 서식지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국가 법률로 명시한 획기적인 입법이었다. 법률 제2조 7항은 누구도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원래의 서식지에서 강제로 쫓아낼 수 없다고 규정했다.

1993년 영어를 구사하는 자원봉사자 리아 데켈(Lia Dequel)과 실비아 비비아니(Silvia Viviani)가 결합하면서 돌봄은 과학적 관리로 전환되었다. 두 사람은 지하 창고에 토레 아르헨티나 고양이 쉼터를 정식 발족하고, 수의사들과 연계해 대규모 중성화(TNR)와 예방 접종, 입양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쉼터는 매년 수천 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하며 유적지의 고양이 개체 수를 100에서 200마리 수준으로 안정화시켰다.

![고대 신전 기둥 그늘 아래 누워 쉬고 있는 얼룩 고양이](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4/10.webp)
*신전 기둥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는 고양이. 1990년대 이후 체계적인 중성화와 의료 관리를 통해 유적과의 공존이 제도화되었다.*

## 돌과 생명이 합의한 100년의 공존

2001년 9월, 로마 시의회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토레 아르헨티나의 고양이 군집을 도시의 공식 **생태·문화유산**(patrimonio bioculturale)으로 선포했다. 고대 콜로세움이나 판테온처럼 고양이 역시 로마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012년 11월, 로마 고고학 감독국(Soprintendenza Archeologica)은 유적지 지하 쉼터가 정식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점거 시설이며 고대 벽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퇴거 통보를 내렸다.

이 통보는 즉각적인 국내외 반발을 불렀다. 전 세계 애묘인과 시민 3만 명 이상이 철회 탄원서에 서명했고, 로마 시의회가 중재에 나섰다. 문화재 당국과 쉼터는 유적을 훼손하지 않는 엄격한 위생 관리와 역사적 공간의 안전 기준을 합의하며 퇴거를 철회했다.

2023년 6월, 명품 패션 브랜드 불가리의 100만 유로 후원으로 유적지 내부를 잇는 고가 목재 보행로가 완공되었다. 1929년 발굴 이후 94년 만에 일반 대중이 신전 터 안쪽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 조성된 관광 통로는 고양이 보호구역의 지하 쉼터와 분리되면서도, 관광객들이 유적지 기둥 사이를 거니는 고양이들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 부서진 기둥 사이를 걷는 생명

고대 유적과 길고양이의 만남은 로마만의 우연이 아니다. 9,500년 전 인간과 고양이가 나란히 묻힌 신석기 유적이 발굴된 키프로스의 실로로캄보스(Shillourokambos)와 독사를 쫓기 위해 고양이를 들였다는 4세기 아요스 니콜라오스 수도원, 튀르키예 에페소스의 켈수스 도서관 대리석 계단,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신전 기단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연안의 고대 석조 폐허는 수천 년 동안 고양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터전이었다. 깊게 파인 지형과 돌 틈새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도시의 맹수와 소음으로부터 은신처를 제공하며, 곡물을 갉아먹는 쥐를 잡기에 더없이 알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중해 곳곳의 유적지에서 고양이가 그저 우연히 머무는 배경 풍경으로 남았던 것과 달리, 로마의 토레 아르헨티나는 그 관계를 법과 제도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다.

![유적지의 고양이](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4/11.webp)

![유적지의 고양이](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4/12.webp)

고고학은 과거의 시간을 화석처럼 보존하려는 학문이고, 길고양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생명이다. 유적 보존과 동물 서식이라는 두 목적은 쉽게 타협하기 어려웠다. 라르고 디 토레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100년의 역사는 보존과 생명이 서로를 밀어내는 대신 어떻게 타협했는지를 보여준다. 고고학계는 돌의 훼손을 막기 위해 과학적 위생 기준을 요구했고, 시민 자원봉사자들은 철저한 중성화와 청결한 의료 관리로 그 기준에 응답했다. 로마시는 법률과 조례로 그 공존에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했다.

카이사르가 쓰러졌던 장소는 비극적 권력 투쟁의 기념비에 머물지 않고, 다친 고양이가 치료를 받고 늙은 고양이가 볕을 쬐며 여생을 보내는 평화로운 안식처가 되었다.

## 영원의 도시가 지켜낸 가장 작은 시민들

로마인들은 고양이를 단순한 거리의 부랑묘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고양이를 유적지의 일부이자 도시의 동반자로 받아들였다.

부서진 코린트식 기둥 주두 위에 턱을 괴고 낮잠을 자는 고양이 한 마리는, 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로마의 시간성을 증명한다. 2천 년 전의 제국이 남긴 폐허 위에서 현재의 생명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로마가 '영원의 도시'라 불리는 가장 생생한 이유다.

토레 아르헨티나의 고양이들은 카이사르의 피가 묻은 제단을 더럽힌 침입자가 아니라, 무너진 역사 위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은 로마의 가장 오래되고 작은 시민들이다.

## 참고

- Area Sacra di Largo Argentina: Storia degli scavi e valorizzazione. Sovrintendenza Capitolina ai Beni Culturali. https://www.sovraintendenzaroma.it/i_luoghi/roma_antica/monumenti/area_sacra_di_largo_argentina (확인 2026-08-24, 1차 자료)
- Legge 14 agosto 1991, n. 281: Legge quadro in materia di animali di affezione e prevenzione del randagismo. Gazzetta Ufficiale della Repubblica Italiana. https://www.gazzettaufficiale.it/eli/id/1991/08/30/091G0327/sg (확인 2026-08-24, 1차 자료)
- Regolamento sulla Tutela degli Animali (Deliberazione del Consiglio Comunale n. 275/2005). Comune di Roma. https://www.comune.roma.it/web-resources/cms/documents/Regolamento_tutela_animali.pdf (확인 2026-08-24, 1차 자료)
- The Cats of Rome: Urban Felines, Archaeological Heritage and Animal Rights in the Eternal City.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roperty.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international-journal-of-cultural-property (확인 2026-08-24)
- Storia della Colonia Felina di Torre Argentina. Associazione Culturale Colonia Felina di Torre Argentina. https://www.gattidiroma.net/storia (확인 2026-08-24, 1차 자료)
- The Archaeological Context of the Curia of Pompey and Julius Caesars Assassination. 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 (CSIC) / Archivo Espanol de Arqueologia. https://aespa.revistas.csic.es/index.php/aespa/article/view/2012 (확인 2026-08-24)
- Romes Stray Cats Under Threat of Eviction from Ancient Ruins. The Telegraph. https://www.telegraph.co.uk/news/worldnews/europe/italy/9675276/Romes-stray-cats-under-threat-of-eviction.html (확인 2026-08-24)
- Early Taming of the Cat in Cyprus. Scienc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1095342 (확인 2026-08-24, 1차 자료)
- The Austrian Archaeological Institute at Ephesus: Conservation and Site Management. Osterreichisches Archaologisches Institut (OeAI) /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https://www.oeaw.ac.at/oeai/forschung/ephesos (확인 2026-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