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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에도 막부의 검열을 조롱한 우키요에 고양이들"
description: "가부키 배우와 유곽 판화가 금지되자 화폭에 고양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1841년 덴포 개혁의 엄혹한 검열에 맞서 에도 서민과 우타가와 쿠니요시가 벌인 유쾌한 시각적 게릴라전."
canonical: "https://borrowedcat.com/stories/kuniyoshi-cats/"
section: "CULTURE"
published: "2026-08-21"
publisher: "BORROWED CAT"
language: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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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도 막부의 검열을 조롱한 우키요에 고양이들

가부키 배우와 유곽 판화가 금지되자 화폭에 고양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1841년 덴포 개혁의 엄혹한 검열에 맞서 에도 서민과 우타가와 쿠니요시가 벌인 유쾌한 시각적 게릴라전.

## 거울 앞에 선 고양이, 당대 최고의 가부키 스타를 품다

1841년 에도의 한 판화 가게 진열대에 기묘한 부채 그림 한 장이 걸렸다. 부채 안에는 두 발로 서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분장을 고치거나, 눈꼬리를 치켜올린 채 비장한 표정을 짓는 고양이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다. 우키요에 화가 우타가와 쿠니요시가 발표한 부채 판화 **네코노 햐쿠멘소**(猫の百面相)였다.

![네코노 햐쿠멘소](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1/11.webp)

언뜻 보면 고양이들의 능청스러운 표정을 포착한 귀여운 희화처럼 보였다. 하지만 부채를 집어 든 에도 사람들은 입을 가리고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그림 속 고양이들은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거울 앞에서 분장용 붓을 쥔 고양이는 당대 최고의 가부키 스타 오노에 키쿠고로 3세였고,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보는 고양이는 이치카와 에비조 5세의 전매특허 연기 동작이었다.

화려한 무대 위의 배우들이 온몸에 털이 보송보송한 고양이의 몸속으로 들어간 순간이었다. 에도 서민들은 고양이의 얼굴 뒤에 숨겨진 인간의 얼굴을 단숨에 알아보았고, 판화는 나오는 족족 팔려 나갔다. 화가는 왜 인간 배우의 얼굴을 직접 그리지 않고 고양이의 탈을 씌워야 했을까.

## 1841년 덴포 개혁, 에도의 화가들에게 떨어진 엄벌

답은 화폭 밖의 정치에 있었다. 1841년 에도 막부의 수석 노중 미즈노 다다쿠니는 흔들리는 막부 체제를 다잡고 기강을 바로세운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덴포 개혁(天保の改革)을 선포했다. 개혁의 핵심은 사치 근절과 풍기 단속이었다.

단속의 칼날은 에도 서민들이 가장 사랑하던 오락거리인 가부키 극장과 우키요에 판화 시장을 정면으로 겨눴다. 1842년 막부는 출판 통제령을 공포하며 가부키 배우의 초상화인 야쿠샤에(役者絵)와 유곽 게이샤를 그린 비진가(美人画)의 제작과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 판화에 쓸 수 있는 색판 수도 대폭 줄였고, 낱장 판화의 가격도 16문 이하로 묶었다.

권력의 통제는 엄혹했다. 당시 최고 인기 소설가였던 류테이 다네히코는 풍속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대표작 **니세 무라사키 이나카 겐지**의 판목을 몰수당하고 가택수색과 심문을 받았다. 다네히코는 혹독한 조사를 받은 직후 자택에서 급사했고, 출판계 전체가 얼어붙었다. 모든 목판에는 관청 검열관(나누시)의 도장이 찍혀야만 인쇄가 가능했다. 인간 배우를 그리는 순간 판목은 불타고 화가는 추방될 위기였다.

## 배우를 그릴 수 없다면 고양이를 입힌다

![네코](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1/10.webp)

극장과 화실의 문이 닫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우타가와 쿠니요시가 찾아낸 우회로는 고양이였다.

막부의 법령은 '가부키 배우와 유녀의 얼굴'을 금지했을 뿐, 동물을 그리는 기가(戯画)까지 금지하지는 못했다. 쿠니요시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검열관들에게 "이것은 그저 동물을 그린 그림일 뿐"이라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했다.

쿠니요시는 원래 작업실에 십수 마리의 고양이를 기르며 품속에 고양이를 넣고 그림을 그릴 정도로 관찰력이 뛰어난 화가였다. 제자 가와나베 교사이의 기록에 따르면 쿠니요시의 화실에는 늘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렸고, 세상을 떠난 고양이들을 위해 불단을 차려 사찰에 위패를 모실 정도였다.

그는 고양이의 유연한 몸짓과 변화무쌍한 표정을 가부키 배우 특유의 양식화된 포즈와 결합했다. 고양이의 둥근 얼굴에 가부키 무대의 붉은 분장선(구마도리)을 절묘하게 얹어, 검열관의 눈에는 동물 그림으로 보이지만 팬들의 눈에는 당대 명배우의 시그니처 연기로 보이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 것이다.

## 옷자락에 숨겨진 암호와 에도 서민의 은밀한 환호

고양이의 분장만으로 부족할 때, 쿠니요시는 옷자락에 암호를 새겼다.

고양이가 입은 기모노의 옷깃과 허리띠 문양에는 배우들의 가문 문장(카몬)이나 예명을 상징하는 은밀한 시각적 단서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문양을 해독하는 순간 고양이의 정체가 누구인지 명백해졌다. 관청이 글자와 이름을 지우자, 서민들은 그림 속 문양과 기호를 읽으며 권력의 감시망을 비웃었다.

![오보로즈키 네코노 소시](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1/12.webp)

1842년부터 간행된 산토 쿄잔 글, 쿠니요시 그림의 합권 소설 **오보로즈키 네코노 소시**(朧月猫の草紙)는 이 은폐 전략의 절정이었다. 고전 겐지 모노가타리를 고양이 세계의 모험과 사랑으로 번안한 이 작품은 8년 동안 잇달아 속편이 나오며 에도 최고의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848년경 발표된 3폭 판화 **네코노 토카이도 53차**(猫飼好五十三疋)에서는 에도에서 교토로 이어지는 53개 역참의 이름을 고양이의 생태와 연결된 기발한 언어유희(다자레)로 풀어냈다. 예를 들어 니혼바시(日本橋) 역은 가쓰오부시 두 마리를 뜻하는 니혼다시(二本だし)로 바꾸고 고양이가 생선을 물고 달아나는 장면으로 그렸다.

![가쓰오부시](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1/13.webp)
> 권력이 엄숙한 도덕으로 세상을 억누를 때, 에도의 서민들은 고양이의 옷자락 속에 숨겨둔 웃음으로 숨을 쉬었다.

## 권력의 엄숙함을 무너뜨린 한 마리 고양이의 해학

![오보로즈키 네코노 소시](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1/09.webp)

지나친 금욕과 긴축을 강요하던 덴포 개혁은 에도 경제를 마비시켰고, 서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 1843년 말 주동자 미즈노 다다쿠니가 실각하면서 2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역사가들은 덴포 개혁의 실패 원인으로 경제적 비현실성과 함께 대중문화의 끈질긴 저항을 꼽는다. 권력은 법령과 처벌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 했지만, 서민들의 풍류와 웃음까지 빼앗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저항의 최전선에는 엄숙한 관헌의 얼굴을 고양이의 익살로 되받아친 쿠니요시의 목판화들이 있었다.

쿠니요시의 고양이는 단순한 귀여움의 소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검열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예술가가 선택한 가장 영리하고 유연한 방패였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권력의 칼날은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과 장난스러운 발톱 앞에서 무력하게 빗겨나갔다.

## 화폭에서 지워지지 않은 얼굴들

가혹한 단속령이 꺾인 뒤에도 쿠니요시의 고양이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미술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풍자화이자 에도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 날짜 | 사건 |
|---|---|
| 1841 | 에도 막부 수석 노중 미즈노 다다쿠니 주도로 덴포 개혁 시작 |
| 1841 | 우타가와 쿠니요시가 부채 판화 <네코노 햐쿠멘소> 발표 |
| 1842 | 막부의 출판 규제령으로 가부키 배우 및 유녀 판화 전면 금지 |
| 1842 | 소설가 류테이 다네히코 처벌 직후 급사, 합권 소설 <오보로즈키 네코노 소시> 출간 |
| 1843 | 미즈노 다다쿠니 실각으로 덴포 개혁의 강경 단속 종료 |
| 1848 | 쿠니요시가 3폭 목판화 <네코노 토카이도 53차> 발표 |

보스턴 미술관과 도쿄 국립박물관의 수장고에 보존된 180여 년 전의 판화 속에서 고양이들은 여전히 사람처럼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눈빛은 가부키 무대의 스타를 향한 팬들의 환호이자, 부당한 권력의 검열을 비웃던 에도 서민들의 유쾌한 눈짓이다.

이름을 빼앗기고 얼굴이 지워졌던 시대, 고양이는 사람의 얼굴을 지켜낸 가장 자유로운 가면이었다.

## 참고

- Neko no hyakumenso (Cats' Hundred Expressions). Ōta Memorial Museum of Art. http://www.ukiyoe-ota-muse.jp/exhibition/kuniyoshi-cats (확인 2026-08-21, 1차 자료)
- Cats Suggested as The Fifty-three Stations of the Tōkaidō (Myōkai Kō Gojūsan-biki). Museum of Fine Arts, Boston. https://collections.mfa.org/objects/464878 (확인 2026-08-21, 1차 자료)
- The Tenpō Reforms and Edo Censorship on Ukiyo-e Prints. Cambridge University Press / Japanese Studies.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japanese-studies (확인 2026-08-21)
- Censorship and Popular Culture in the Edo Period. Tokyo National Museum Bulletin. https://www.tnm.jp/modules/rblog/index.php/1/2021/04/13/ukiyoe-censorship (확인 2026-08-21)
- Kuniyoshi: The Faithful and the Fanciful. Hotei Publishing. https://brill.com/display/title/27532 (확인 2026-08-21)
- Oborozuki Neko no Sōshi (The Story of Cats under the Hazy Moon). National Diet Library Digital Collections. https://dl.ndl.go.jp/info:ndljp/pid/2533816 (확인 2026-08-21, 1차 자료)
- Cats in Japanese Art and Culture. University of Hawaii Press. https://uhpress.hawaii.edu/title/cats-in-japanese-art (확인 2026-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