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고양이는 어떻게 유전학의 증거가 되었나
1961년 한 유전학자가 세운 가설의 근거는 생쥐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증거는 고양이다.


고양이의 얼굴 한가운데에 선이 하나 지나간다. 코 능선을 따라 칼로 자른 듯 한쪽은 검고 한쪽은 주황이다. 페인트를 반씩 부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경계를 만든 것은 붓이 아니다.
삼색 고양이나 카오스 고양이는 거의 전부 암컷이다. 유전학에서 이 얼룩무늬는 암컷 세포의 X 염색체 불활성화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불려 나오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하지만 정작 이 가설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주인공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근거는 생쥐였다
1961년 Nature 190권에 두 쪽짜리 논문이 실렸다. 유전학자 Mary Lyon이 쓴 그 글은 포유류 암컷이 가진 두 개의 X 염색체 가운데 하나가 발생 초기에 무작위로 꺼진다고 제안했다.
Lyon이 관찰한 대상은 생쥐였다. X 염색체에 실린 털색 돌연변이를 하나만 가진 암컷 생쥐의 털이 얼룩덜룩한 모자이크로 나타났고, 털의 구조를 바꾸는 tabby 유전자도 같은 방식으로 갈라진 무늬를 만들었다. 세포마다 다른 쪽 X가 꺼지고 그 선택이 딸세포로 이어진다면, 몸은 두 종류의 세포가 섞인 조각보가 된다. 얼룩은 그 조각보가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카오스 고양이의 무늬는 이 설명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검정과 주황을 결정하는 자리가 X 염색체 위에 있으니, 두 색을 한 몸에 함께 가지려면 X가 둘 있어야 한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기록에 따르면 Lyon 역시 논문을 맺으며 카오스 고양이의 검정·노랑 모자이크 무늬를 가설의 예시로 덧붙였다.

눈에 보이는 것이 증거가 된다
가설에는 증거가 필요하고, 증거에는 그것을 보는 사람이 필요하다. 생쥐의 얼룩은 실험실 안에 머물지만, 고양이의 얼룩은 골목과 창턱을 걸어 다닌다.
생쥐를 보고 세운 가설이 고양이의 이름으로 더 널리 기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설명하려는 현상이 읽는 사람의 일상 속에 이미 존재할 때, 가설은 단순한 추론을 넘어 눈앞의 생생한 확인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직접 볼 수 있는 유전학의 증거는 흔치 않다.
생쥐의 얼룩은 실험실 안에 머물지만, 고양이의 얼룩은 골목과 창턱을 걸어 다닌다.
그 사이 정작 주황색을 만드는 유전자의 정체는 64년 동안 비어 있었다.
64년 뒤, 다시 고양이
2025년 5월 15일 Current Biology에 논문 두 편이 나란히 실렸다. 규슈대학의 Sasaki Hiroyuki 연구실과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Christopher Kaelin·Gregory Barsh 연구팀이 같은 날 같은 유전자 위치를 지목했다. 바로 X 염색체 위의 ARHGAP36 유전자였다. 규슈대는 두 연구가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규슈대 연구팀은 주황색(치즈) 고양이 10마리와 그렇지 않은 고양이 8마리의 DNA를 비교하고 49마리를 더해 검증했다. 그 결과 주황색 고양이에게서만 이 유전자 자리의 결실이 발견되었다. 사라진 부위는 단백질을 직접 만드는 곳이 아니라 유전자 작동을 억제하던 조절 자리였다. 억제 장치가 풀리자 평소 잠자던 유전자가 색소세포에서 켜졌고, 다른 색소 유전자들의 작용이 억제되면서 털색이 주황 쪽으로 바뀐다는 설명이다.
스탠퍼드 연구팀의 Kaelin은 "주황 고양이의 돌연변이는 색소세포에서 Arhgap36의 발현을 켠다. 원래 그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발현이다"라고 설명했다.
- Lyon이 Nature에 X 염색체 불활성화 가설을 발표한다
- Current Biology에 두 편의 논문이 함께 실린다
과학이 빌려 오는 동물

두 연구팀 모두 고양이의 몸을 직접 들여다보아야 했다. 스탠퍼드 쪽 설명에 따르면 이 돌연변이는 다른 포유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고양이 고유의 특징으로 보인다. 변화를 확인하려면 그 효과가 몸 밖으로 드러나는 유일한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순서가 한 번 뒤집힌다. 1961년의 고양이는 가설을 설명하기 위해 불려 온 삽화였다. 하지만 2025년의 고양이는 답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였다. 설명의 도구였던 존재가 연구의 주역으로 돌아온 것이다.
실험실이 오랫동안 곁에 두는 동물들은 대개 다루기 쉽고 번식이 빨라 선택된다. 고양이가 유전학의 역사에 남은 이유는 그것과 다르다. 다루기 쉬워서가 아니라 보이기 때문이다.
삼색 고양이의 얼굴
다시 삼색 고양이 얼굴로 돌아가 보면, 그것은 우연한 붓자국이 아니라 생명의 규칙이 털 위에 새겨진 정직한 기록이다. 세포마다 어느 X 염색체를 끌지 결정했던 발생 초기의 선택이 고양이의 몸 위에 무늬로 남았다.
Lyon의 가설이 가리킨 대상은 고양이만이 아니라 포유류 암컷 전체였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몸속 수많은 세포에서도 똑같은 선택과 침묵이 일어난다. 다만 사람의 피부에서는 그 선택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참고
- Gene Action in the X-chromosome of the Mouse (Mus musculus L.) — Nature
- A deletion at the X-linked ARHGAP36 gene locus is associated with the orange coloration of tortoiseshell and calico cats — Current Biology
- Molecular and genetic characterization of sex-linked orange coat color in the domestic cat — Current Biology
- Gene Action in the X-chromosome of the Mouse (1961), by Mary Lyon — Embryo Project Encyclopedia, Arizona State University
- Scientists find the 'meow-tation' that gives cats their orange fur — Kyushu University
- What's so special about ginger cats? — Stanford Medicine
- Calico Cat - X-inactivation — Kalantry Lab, University of Michigan Medical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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