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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빅토리아 시대 사진가는 왜 고양이에게 롤러스케이트를 신겼을까"
description: "1870년대 영국의 사진가 해리 포인터는 작은 명함판 사진 속에 고양이를 세발자전거에 태우고 카메라 앞에 세웠다. 인터넷이 생기기 130년 전, 엄숙한 19세기 사람들을 사로잡은 인류 최초의 고양이 짤방 이야기."
canonical: "https://borrowedcat.com/stories/brighton-cats/"
section: "CULTURE"
published: "2026-08-23"
publisher: "BORROWED CAT"
language: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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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시대 사진가는 왜 고양이에게 롤러스케이트를 신겼을까

1870년대 영국의 사진가 해리 포인터는 작은 명함판 사진 속에 고양이를 세발자전거에 태우고 카메라 앞에 세웠다. 인터넷이 생기기 130년 전, 엄숙한 19세기 사람들을 사로잡은 인류 최초의 고양이 짤방 이야기.

## 1870년 브라이턴,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고양이

1870년대 영국의 남부 해변 휴양지 브라이턴. 짙은 햇살이 스며드는 한 사진관 스튜디오의 작업대 위에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앉아 있다. 발에는 작은 쇠바퀴가 달린 네 켤레의 롤러스케이트가 신겨져 있고, 고양이는 낯선 균형감각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거대한 목재 암실 카메라 뒤에서 사진가 해리 포인터(Harry Pointer, 1822-1889)는 숨을 죽인다. 당시 쓰이던 콜로디온 습판 방식은 감광도가 낮아 피사체가 수초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아야 상이 또렷하게 맺혔다. 사람이 턱받침대에 머리를 고정하고 찍던 엄숙한 시대에, 꼬리 하나조차 마음대로 움직이는 고양이를 사진기 앞에 세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셔터가 닫히는 순간, 인류 시각 문화사에서 가장 엉뚱하고 유쾌한 연작이 탄생했다.

![해리포인터와 고양이들](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3/02.webp)

## 150년 전의 롤캣, 빅토리아인들은 왜 이 작은 사진에 열광했나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다 텍스트가 적힌 고양이 사진을 보고 웃음을 터뜨릴 때, 우리는 그것이 21세기 디지털 인터넷 문화의 산물이라고 믿기 쉽다. 2000년대 중반 유행한 '롤캣(Lolcat)'이나 소셜 미디어의 무수한 고양이 짤방처럼 말이다.

![롤러스케이트1](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3/03.webp)
![롤러스케이트2](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3/04.webp)

하지만 150년 전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인들도 정확히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스마트폰 대신 가로 6.5센티미터, 세로 10센티미터 크기의 두꺼운 판지 사진이 들려 있었다. 사진 속 고양이는 롤러스케이트를 타거나 세발자전거를 몰았고, 사진 하단에는 손글씨로 인쇄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A Happy New Year(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ive o'clock tea(오후 5시의 티타임)."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왜 이 작은 카드 사진에 열광했을까? 엄격한 도덕과 근엄한 예법이 지배하던 19세기 산업 제국의 심장부에서, 엉뚱한 포즈의 고양이 사진은 어떤 의미였을까?

![새해인사](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3/07.webp)
![티타임](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3/08.webp)

>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 속 고양이 짤을 보며 웃을 때, 150년 전 빅토리아인들이 앨범 속에 고양이 카드를 꽂아 넣던 다정한 마음과 정확히 마주하게 된다.

## 해리 포인터의 스튜디오와 200장의 고양이들

해리 포인터는 원래 평범한 인물 초상과 브라이턴의 풍경을 찍던 사진가였다. 1870년경 브라이턴 블룸즈버리 플레이스(Bloomsbury Place)에 자리 잡은 그의 스튜디오에서 그는 처음에 얌전히 바구니 속에 누워 있거나 접시의 우유를 핥는 고양이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 날짜 | 사건 |
|---|---|
| 1854 | 프랑스의 앙드레 아돌프 외젠 디스데리가 명함판 사진(Carte de visite) 기술 특허 획득 |
| 1860s | 영국과 유럽 전역에서 사진 카드를 수집하고 교환하는 카르토마니아(Cartomania) 유행 시작 |
| 1870 | 해리 포인터가 브라이턴 스튜디오에서 The Brighton Cats 연출 사진 연작 시작 |
| 1872 | 포인터의 캡션 달린 고양이 카드 사진이 100종 돌파 |
| 1884 | The Photographic News가 포인터의 고양이 사진 200종 돌파와 자화상 보도 |
| 1889 | 해리 포인터 사망 |

하지만 포인터는 곧 고양이의 특유의 유연성과 호기심을 활용해 인간의 일상을 흉내 내는 연출 사진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양이를 억지로 묶거나 위협하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스튜디오 환경과 간식, 그리고 긴 인내심을 이용해 고양이가 특정한 소품 위에서 잠시 멈칫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의 카메라 앞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일상이 펼쳐졌다.
삼각대 위에 놓인 카메라를 직접 들여다보며 사진사를 흉내 내는 고양이(연작 40번 '사진사 고양이'), 세발자전거 페달에 발을 얹은 고양이, 신문을 읽는 척 안경을 걸친 고양이까지 등장했다.

![사진사 고양이](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3/06.webp)

영국의 사진 전문지 The Photographic News가 1884년 보도한 기록에 따르면, 포인터가 발표한 The Brighton Cats 연작은 무려 200종에 달했다. 포인터는 1870년부터 1885년까지 영국 사진학회 연례 전시회에 이 고양이 사진들을 꾸준히 출품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 엄숙한 시대의 숨구멍, 카드 사진 광풍과 시각적 전복

포인터의 성공 뒤에는 19세기 중반 시각 매체 지형을 뒤흔든 기술적 혁신이 있었다. 바로 1854년 프랑스의 앙드레 아돌프 외젠 디스데리(Andre-Adolphe-Eugene Disderi)가 특허를 낸 '명함판 사진(Carte de visite, 이하 CDV)'이었다.

디스데리는 하나의 카메라에 4개 이상의 렌즈를 달아 한 장의 대형 유리 감광판에 8장의 서로 다른 노출을 동시에 찍을 수 있는 기술을 고안했다. 이전까지 은판(다게레오타입) 사진 한 장을 찍으려면 노동자의 일주일 치 임금에 달하는 거액이 들었지만, CDV의 등장으로 사진의 제작 단가는 몇 푼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이 비로소 대중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1860년대와 1870년대 영국과 유럽은 '카르토마니아(Cartomania, 카드 사진 광풍)'라 불리는 거대한 유행에 휩싸였다. 영국에서만 매년 3억 장이 넘는 사진 카드가 팔려나갔다. 사람들은 거실(Parlour)에 가죽 장정 앨범을 두고 왕족과 정치가, 탐험가의 사진과 함께 가족, 친구들의 CDV를 수집해 꽂아 두었다. 손님이 방문하면 이 앨범을 보여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당대의 대표적인 사교 의례였다.

포인터는 이 카드 앨범 문화의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근엄하고 굳은 표정의 흑백 인물 사진들 사이에 롤러스케이트를 탄 고양이 카드가 꽂히는 순간, 빅토리아식 엄숙주의는 유쾌하게 허물어졌다. 연하장이나 생일 축하 카드로 쓰이던 포인터의 고양이 사진은 우편망을 타고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며 19세기판 '바이럴'을 만들어냈다.

## 기술이 새로워질 때마다 인간은 왜 고양이를 부르는가

![세발자전거](https://bucket.borrowedcat.com/images/borrowedcat/20260823/05.webp)

포인터의 The Brighton Cats는 단순히 지나간 시대의 흥미로운 엽서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각 미디어가 탄생할 때마다 인간이 고양이를 호명해 온 오랜 계보의 첫머리에 놓여 있다.

19세기 중반 사진술이 대중화되었을 때 포인터의 고양이가 거실 앨범을 점령했듯, 20세기 초 활동사진(에디슨의 1894년 키네토스코프 필름 '복싱하는 고양이들')이 등장했을 때도 고양이가 스크린에 올랐다. 그리고 21세기 초 웹 2.0과 소셜 미디어가 폭발했을 때 인터넷을 점령한 것 역시 고양이였다.

인간은 왜 새로운 기술을 쥐었을 때 가장 먼저 고양이를 렌즈 앞에 앉힐까?
훈련된 대로 움직이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인간의 통제 공학에 결코 완전히 복종하지 않는 자율성을 지닌다. 기계적이고 엄격한 기술의 틀 안에 통제 불가능하고 부드러운 생명체가 들어앉을 때, 차가운 기술은 비로소 인간적인 온기와 유머를 얻는다. 포인터의 손글씨 캡션과 고양이의 엉뚱한 눈빛은, 기술을 유희로 바꾸는 가장 원초적인 매개체였다.

## 150년 전 앨범에 꽂힌 작은 안부

오늘날 영국의 아카이브와 박물관에 보관된 포인터의 빛바랜 명함판 카드를 들여다본다. 작은 네 바퀴에 의지해 위태롭게 서 있는 고양이의 발끝, 그리고 그 아래 정성껏 적어 넣은 한 줄의 손글씨.

150년 전 런던의 안개 낀 겨울, 어느 빅토리아인이 친구의 우편함에 넣어주었을 그 작은 카드는 오늘날 우리가 모바일 메신저로 친구에게 넌지시 건네는 고양이 짤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거창한 말 대신 건네는 작은 웃음. 고양이는 15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인간이 서로에게 가벼운 온기를 전하는 가장 확실한 메신저였다.

## 참고

- Harry Pointer and the Brighton Cats. Sussex PhotoHistory (David Simkin). http://www.photohistory-sussex.co.uk/PointerBrightonCats.htm (확인 2026-08-24)
- The Photographic News (Vol. 28, 1884): Commentary on Harry Pointer. The Photographic News (London). https://archive.org/details/photographicnews2818unse (확인 2026-08-24, 1차 자료)
- Exhibitions of the Royal Photographic Society 1870-1915: Harry Pointer. De Montfort University / Royal Photographic Society. http://erps.dmu.ac.uk/exhibits_exh.php?exhib_in=RPS (확인 2026-08-24, 1차 자료)
- The Victorian Art of the Carte de Visite. The Public Domain Review. https://publicdomainreview.org/collection/cartes-de-visite/ (확인 2026-08-24)
- Carte-de-Visite: The Social Media of the Victorian Era. National Science and Media Museum. https://blog.scienceandmediamuseum.org.uk/history-of-the-carte-de-visite/ (확인 2026-08-24, 1차 자료)
- Cartomania: The 19th-Century Photographic Craze. Royal Collection Trust. https://www.rct.uk/collection/themes/exhibitions/the-victorian-photographic-craze (확인 2026-08-24)

